△  왼쪽부터 정성호 배우, 손정우 경기대 교수, 성경선 연출, 남동진 배우.

손정우 경기대 교수와 성경선 연출이 얼마 전 호평 속 막을 내린 서지혜 연출 연극 '아일랜드' 공연장을 격려 방문했다.

손 교수는 연극 '낙타풀' 을 통해 전라도민들로부터 '민주화 엉아' 애칭을, 성경선 연출은 남산 문학센터에서 영화 '은교' 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문학공연 라이징 연출' 로 주목받고 있는 문화인들이다.

두 사람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정성호-남동진 배우가 갖고 있는 연기자적 매력을 짚으며, 1시간50분 간 두 배우가 쏟아낸 열정에 대해 극찬을 연발했다.

"공연이 전개되는 동안 목이 메이고 숨이 막혔습니다. 두 배우님의 강렬한 눈빛과 연기력에 매료되었습니다." 손정우 교수

"오늘 이 공연을 보고 제가 문화 관계자라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두 배우님과 서지혜 연출님 수고하셨습니다." 성경선 연출

△  연극 '아일랜드'(윈스턴 역) 에서 극 중 극 '안티고네' 역을 맡은 남동진 배우(사진:월드스타DB)

연극 <아일랜드> 는 '안티고네' 연극을 준비하는 두 죄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권력에 맞서 싸울 힘이 없는 인간들이지만 그들의 갈망은 안티고네처럼 소박하고 인간적이고 당당하고 정의롭다.

서지혜 연출은 "흑백 인종문제를 넘어 법과 권력, 국가와 개인적 삶 자유에 대한 갈등을 다각적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현 동시대인들의 법과 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무력한지,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고자 한다." 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죄수들의 인간적 삶에의 끝없는 동경, 좌절, 고통과 슬픔을 무대에 리얼하게 구현해 함께 느끼고, 공감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재인식 할 기회도 제공하고자 한다." 서지혜 연출.

서지혜 연출가의 변 [전문]

찬 바람이 점퍼 사이로 아리게 들어오던 1월.

두 선배 배우님들과 함께 홍합탕과 소주를 한 잔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연극이 가야할 길, 경제적 어려움과 현실을 위면하면서도 지키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의 딜레마..

나날이 샤방샤방 경쾌해지고 가벼워지는 연극계의 분위기.. 무엇이 우리를 굳건히 버티어 서 있게 할 수 있는가.

<아일랜드> 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대를 통틀어 아우를 수 있는  '인류애' 에 관한 연극이다.

극 중 대사 "인간은 타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는 말이 지금 21세기 인간이 잊고 지내고 있는 덕목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당연히 다뤄져야 할 이야기들은 어느 날부터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산물로 구겨졌다.

어쩌면 <아일랜드> 는 현 시대의 넘쳐나는 연극 속에서 도리어 아주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일 수 있겠다.

연극을 만드는 창작자로서 현실의 문제의식을 담아내기 위해 더욱, 새로운 .. 새로운.. 새로운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아일랜드> 와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번역극, 창작극, 실험극 등의 장르에 국한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어떤 것이든.. 그것이 꽤나 진부하고 한번쯤 들어볼 것같은 이야기일지라도... 주제를 담을 수 있는 소재라면 무엇이든 찾고 탐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나는, 우리는. 연극인으로서 타인에게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가?

또 다시 10월 공연을 준비하고있다. 날 믿고 함께 열연하고 게신 정성호, 남동진 배우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또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정성호(왼쪽)-남동진(오른쪽) 배우 출연 연극 '아일랜드' 공연장면(월드스타DB)

연극 <아일랜드> 줄거리.

존(10년형) 은 정치범이다. 연극으로 저항하다 잡혀 왔다.

윈스톤(종신형)은 경찰서 앞에서 통장을 불태우는 시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검둥이 얼굴은 똑같다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들어왔다.

그들은 인권이 유린당하는 감옥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며 가족과 친구, 바깥세상을 그리워하지만 편지조차 검열 속에서 받지 못 하고 소식 조차 알지 못 한 채 자기들만의 놀이로 서로를 위로하곤 한다.

안티고네로 분한 윈스톤은 자기의 꼴을 보고 자신이 조롱당할 것을 예상하고 분노하며 연극을 하지 않으려 하고, 그런 속에서 존은 죄수연회장에서 꼭, 그들의 억울한 모습과 닮아 있는 안티고네 연극을 통해 간수와 나머지 힘있는 자들을 조롱하려 하며, 윈스톤에게 끊임 없이 연극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설득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존의 형량이 10년에서 3개월로 감형되면서 윈스톤은 부러움, 절망에 울부짖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존은 자기가 안티고네 연극을 준비하려던 신념이 결국 물리적인 자유에 의해 사라지는 자기의 나약한 모습을 깨닫고 갈등한다. 그리고 두 죄수는 결국 어렵게 준비한 안티고네 연극을 올리게 되는데...